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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의 관촌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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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의 관촌수필’
모닥불은 계속 지펴지는 데다 달빛은 또 그렇게 고와 동네는 밤새껏 매양 황혼녘이었고, 뒷산 등성이 솔수펑 속에서는 어른들 코골음 같은 부엉이 울음이 마루 밑에서 강아지 꿈꾸는 소리처럼 정겹게 들려오고 있었다. 쇄쇗 쇄쇗…. 머리 위에서는 이따금 기러기떼 지나가는 소리가 유독 컸으며, 낄룩― 하는 기러기 울음 소리가 들릴 즈음이면 마당 가장자리에는 가지런한 기러기떼 그림자가 달빛을 한 옴큼씩 훔치며 달아나고 있었다.
이문구(55)씨의 연작소설 <관촌수필>은 우리네 마음자리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한국적 유토피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그것은 사실 유토피아니 무릉도원이니 하는 외국에서 들어온 언어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한민족의 정서로써만 표현과 이해가 가능한 정복(淨福)의 두레공동체일 터이다. 그 공동체 안에서는 어른의 코골음과 부엉이의 울음과 강아지의 꿈꾸기가 서로 넘나들며 뒤섞인다.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구분되지 않고 어우러지는 원융과 합일의 시공간이 그곳이다.
<관촌수필>이 추억하는 풍요와 화평의 세계는 작가의 토속적인 문체에 얹혀 광휘와 윤기를 더한다. 멸종 위기의 동식물을 보호하고 번식시키는 환경운동가처럼 작가는 겨레의 말글살이에서 잊히고 묻히게 된 순우리말과 한자어를 적극 살려내고 있다. 게다가 토종 된장국과 같은 능청과 해학, 그리고 씀바귀나물처럼 싸름한 비애와 아픔은 한국적 감성의 현을 섬
세하게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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