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이방인]을 읽었다. 도대체가 무슨 기록문인지, 재미는 고사하고, 아름다운 문구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이런 책을 누가 20세기의 위대한 책이라고 떠들어 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참 알 수 없는 게, 내가 곧 카뮈의 또 다른 작품인 [페스트]라든지 [결혼, 여름]을 사들인 것이다. 책에 대한 허영심은 겉치레에 대한 허영보다 무섭다. 나뭇가지를 나무둥치로 알고, 사정없이 매달릴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그 나뭇가지에 매달려 퍼덕이고 있는 게 나인지도 모른다. [결혼,여름]은 [이방인]과 상대적으로 아름다운 낱말과 문구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역시, 누가 어떻게 해서 어떻게 되었다는 손에 잡히는 줄거리에만 익숙한 내게 그런 이국적인 미사여구는 뜬구름같이 감(感)이라는 것이 없었다. 헌데, 언제부턴가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그 분위기에 끌리기 시작했고, 지도에서 알제리를 찾고 오랑을 찾으면서, 모든 책을 줄거리로만 파악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나름대로 그걸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이번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이방인]을 다시 꺼내 들었었는데, 그날 하루 단숨에 읽었다. 호오! 진짜 놀라워라! 였다. 나를 주목하게 한 것은 한 인간에게 작용한 강열한 태양에의 묘사와 뫼르소의 허망한 고도의 지성이다. 모르면서도 읽고, 당장 이해가 안되더라도 영원히 내팽개치지 않고,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펼쳐 드는 것이 내 독서 습관 중의 하나다. 읽어야 할 무언가가 있는 책에 한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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