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문화로서의 굿
“정월에 하늘굿을 드리는데 나라 사람들이 모두 크게 모여 며칠을 계속해서 술 마시고 밥먹고 노래부르고 춤추었다”, “나라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 술마시는 것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계속 되었다” 이러한 기사는 우리 한국 사람들이 어디를 가나 판을 짜고 음주가무하는 일을 결코 잊지 않는 보편적이고 특징적인 한국인의 심성을 잘 나타내준다. 이렇듯 우리 한국인들의 심성은 내가 참여하지 않는 문화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나 혼자서만이 참여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는 철저한 공동체성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버릇은 다른 민족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드는데, 이것은 바로 고대 굿판 이래의 놀이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대에 굿판이 벌어졌다하면, 동네가 괜히 부산하고 분위기에 휩싸여 축제에 빠져든다. 풍악이 요란하고 음식이 푸짐하며 볼거리가 대단하고, 얘깃거리가 워낙 많아 어느 무당이 영험하고 공수가 어째 내렸다느니, 제가집의 집안 사정이 귓속말로 한입 두입 건너 퍼져 나간다. 그런가 하면 큰 집안의 굿은 따로 놀이패를 불러 대문께에 갖가지 놀이판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의 흥을 돋구기도 한다.
즉, 굿은 고대 이래 면면히 한국인의 애호를 받았고 또 즐겨 베풀어져 온 것이다. 굿은 나라와 집안의 평안을 위해 벌이는 굿,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벌이는 굿, 또 병을 고치기 위해 치루어지는 굿 그리고 조상과 신령의 접대를 위한 영혼천도 등의 목적으로 굿판이 벌어진다. 즉, 이러한 모든 것은 삶의 부조화를 다시 조화스럽게 해주는 완벽한 조화판이다.
즉,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져 함께 먹고 마시고 춤추며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놀이성이다. 굿을 굿놀이라고도 하는 것은 그런 성격을 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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