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선구자]
윌슨과 구름상자
소립자의 궤적을 추적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는 거품 상자(bubble chamber)의 원조인 윌슨의 구름상자(cloud chamber), 혹은 안개상자(Nebelkammer)는 1930년대 이후 우주선(cosmic ray) 분야에서 원자구성입자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장치였다. 윌슨의 구름상자는 원자물리학 실험 분야가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윌슨 자신은 원자물리와는 거리가 먼 기상학에서 활동했던 과학자였다. 70여년에 걸친 긴 학문 여정 속에서 윌슨은 항상 날씨와 관련된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원자물리학 분야에서 쓰이는 구름상자가 기상학을 연구하던 윌슨에 의해서 등장하게 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윌슨이 성장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학문적 특성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들은 그 어느 시대의 과학자들보다도 자연 현상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데 열광적이었다. 빅토리아인들에게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비단 과학자들만의 일은 아니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탐험가들은 사막, 정글, 남극과 북극의 빙산 등을 탐험했으며, 화가들은 폭풍우, 산림, 절벽, 폭포 등을 화폭에서 재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들은 기상학과 광학 분야에서 자연 현상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모방실험(Mimetic experimentation)에 열중했다. 즉 그들은 푸른 하늘, 먼지, 구름, 안개, 비, 천둥, 번개 등의 기상학 현상을 실제로 실험실에서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윌슨의 구름상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이런 모방 실험 전통에서 나온 것이었다. 원자물리학 분야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형태의 윌슨의 구름상자는 1911년이 되서야 등장하게 되지만, 윌슨의 이 작업은 1890년대에 그의 기상학 분야에서 추구했던 모방 실험의 결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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