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비극적 개인과 계몽 의식
- 춘원 이광수의 1920년대 역사소설 논고 -
1 역사소설을 보는 문제
춘원 이광수의 역사소설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딱히 춘원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고, 식민지 시대에 나온 역사소설들 일반에 대한 연구사의 평가가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역사소설’의 긴장을 낳는 두 요소 곧 ‘역사’와 ‘소설’ 각각의 기준을 세운 뒤에 그에 비추어 외삽적인 평가를 내려 온데그 원인이 있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에 있어서의 착오나 과거를 바라보는 역사관이 문제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 장편소설이 지녀야 할 문학성을 갖추었는가 하는 점에서 비판적인 지적들이 이루어졌다. 춘원의 경우에 한정하여 살펴도 사정이 그러하다.
춘원의 역사소설에 대한 당대의 평문에서부터 이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단종애사를 두고서 주요섭은, 말미가 충실하고 감상성을 탈피했다는 점 등을 들어 춘원의 장편 중 가장 잘된 것이며 신문소설로는 성공한 것임을 지적하는 한편, 주인공 단종의 인격이 불분명하게 그려지는 등 인물들이 살아 있지 못하며 상황에 있어서 ‘歷史의참骨髓가 되는 大衆의 움즈김, 大衆의生活,大衆의感情과情緖’를 발견할 수 없다 하여 비판한 바 있다.1)1) 주요섭, 通俗化의悲哀-[端宗哀史],東光, 1931.1
‘역사(에 대한 인식)’와 ‘소설(미학의 구축)’양 측면으로부터 비판적으로 따져 들어가는 이러한 방식은, 춘원의 역사소설 일반에 대하여 포괄적인 비판을 행한 김동인에 의해 정식화된 감이 있다. 1921년 상해로부터 귀국하여 재차 문학 활동을 펼친 춘원의 작품들을 검토하면서 김동인은 허생전과 일설 춘향전을 ‘물어(物語)’라 하고, 마의태자와 단종애사, 이순신의 세 편을 사담(史譚)에도 못 미치는 ‘사화(史話)’라 하여 비판하고 있다.2)2) 김동인, 春園硏究(三千里文學, 1938.1~4),金東人文學全集, 대중서관, 1983, 12권 3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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