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이전까지 동-중유럽 정치, 경제에 대한 연구는 주로 소련학(sovietology)의 변방이나 비교공산주의(comparative communism)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스탈린 체제를 대상으로 한 프리드리히와 브르제진스키Friedrich and Brzezinski의 전체주의 개념을 토대로 하거나 이를 보완하는 사회주의 내부의 권력분산과 개혁에 관한 연구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정치체제의 변동이나 위기에 관한 연구는 극히 드물었다.
최근의 동-중 유럽 민주주의 이행은 비교정치 분야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그간의 비교정치 분석 모형들은 그 이론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동-중유럽 연구에 별다른 공헌을 하지 못해왔다. 1960년대의 발전론이 선진국의 경우를 제 3세계에 적용하고자 한 것이라면 1970년대의 종속이론과 정치경제론, 1980년대의 민주주의 이행론들은 남유럽과 기타 제 3세계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을 바탕으로 동-중유럽의 민주주의 이행을 연구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선 변화의 폭이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 3세계와 남유럽의 경우 권위주의 체제가 이행할 때, 게임의 규칙이 문제될 뿐이라면 동-중유럽의 경우에는 그것들은 물론, 정치․경제 제도의 새로운 창조와 구체제에 대한 완전한 대체, 심지어는 교육과 시민의 사고방식까지 바꿔야 하는 혁명적 변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