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총파업은 노동운동 진영의 양대세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그리고 시민운동단체들을 포괄하는 범대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총파업 투쟁을 주도한 세력은 민주노총이었다.
범대위의 경우는 민주노총의 지도하에 연대를 수행했으며, 한국노총의 경우 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일한 노동운동 상급조직으로서 처음으로 총파업을 진행했다는 의의를 갖지만, 그들의 총파업은 규모에서나 지속성에서나 민주노총의 투쟁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국면의 주도권을 갖고 정부의 상대역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투쟁과 그 세력들의 결집의 결과이다. 한국노총에 비해 월등한 투쟁성과 능력은 노동자들의 대표세력으로서의 중심성을 지녔다고 평가될 수 있으며, 이는 정부 및 정치사회로부터 실질적인 노동진영의 대표세력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근거가 되었다.
즉,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전후한 시기 동안 ‘단일노조 정책’에 따라 법적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단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노동진영의 대표세력으로서의 지위를 이미 인정받았으며, 노동계의 중앙상급조직(national center)으로서의 지위 또한 총파업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지위는 총파업 과정에서 정부와의 공방을 통해 논의 집중을 취함으로써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노동법 개정을 시도하는 순간에서부터 이들은 이미 인정된 상태에 있었다.
김영삼 정부의 노동법 개정 시도는 실질적으로 ‘노동법 개혁위원회’(노개위)가 결성되면서부터 가시화되었는데, 민주노총은 노개위에 초기부터 참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