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생물학적 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버지의 성염색체(XY) 중에서 어느 것이 어머니의 성염색체(XX)와 만나는가에 달려 있다. 만일 아버지의 X염색체를 지닌 정자가 난자와 만나면 아기는 여성(XX)으로 결정되고, Y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수정을 이루면 남성(XY)이 태어난다. 이를 1차 성결정 이라고 부른다.
2. 염색체 Y의 정체
만일 비정상적으로 수정이 이뤄져 XXXXY 유전자를 갖는 아기가 태어났다고 하자. 이 아기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일까 여성일까. 남성이다. 아무리 X염색체가 많더라도 Y염색체 하나면 남성으로 결정된다. 도대체 Y염색체가 어떤 존재이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까. 임신 초기의 태아는 비록 유전적으로는 남녀가 정해졌지만 생식기는 남녀의 것 모두를 가지고 있다. 여성 생식기의 원시 형태인 뮐러관, 그리고 남성 생식기의 원시 형태인 볼프관이다.
이 두가지 기관은 임신 8주경에 비로소 어느 한쪽이 발달하고 다른 한쪽은 퇴화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여기서 뮐러관을 퇴화시키고 볼프관을 발달시키는, 즉 남성의 생식기를 갖추도록 만드는 주인공이 바로 Y염색체 끝부분의 SRY 유전자 다.
SRY 유전자가 작동을 시작하면 정자를 만들어내는 조직인 정소가 만들어진다. 정소에서는 남성 생식기가 갖춰지도록 두가지 특공대 가 조직된다. 먼저 AMH라는 단백질은 뮐러관을 퇴화시켜 남성에게서 여성 생식기가 분화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한다. 한편 성호
르몬 테스토스테론과 그 유사체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은 볼프관이 부정소, 세정관, 저정낭, 음경과 같은 남성 생식기관으로 분화되도록 만든다. 이를 2차 성결정 이라고 부르며, 다른 말로 제1차 성징 이 나타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