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의 탄생설화 중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 걸은 다음 오른 손으로는 하늘을,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가 온통 고통이니 내가 이를 평안케 하리라 三界皆苦 吾當安之
이것은 사실보다 진실이 담긴 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이렇게 말했다기보다는 훗날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태어남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했을 법하다. 물론 제자들이 석가모니의 탄생과 존엄성을 찬미하고자 이와 같은 탄생게를 지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팔백사천만억나유타―인도의 수량 단위로 보통 1천억을 의미―라고 하는 수많은 부처를 앞에 두고 결코 나만이 존귀하다고 말했을 석가모니 부처가 아니다. 석가모니가 이렇게 말했다면 그 진정한 의미는 자기 탄생의 찬미가 아니라 모든 탄생의 찬미였을 것이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이 때 여기서 말하는 ‘나’는 주관적인 ‘나’가 아니라 객관적인 ‘나’다. 즉, ‘나’는 석가모니 자신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나’라는 본성을 갖고 있는 모든 ‘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라는 것이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그토록 존귀하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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