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8-1349년에 발생한 흑사병(중국에서 발생하여 교역로를 따라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측)은 중세를 통틀어 민중이 겪은 최대의 파국이었다. 1348년 8월 이후
불과 수개월 만에 전 인구의 30-45%가 사망했다고 한다.
흑사병에 의한 대규모 사망 사태는 역설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처지를 개선
시켰다. 흑사병이 휩쓸기 직전 영국은 과잉 노동력 상태였는데, 흑사병으로 노동
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여 근로 빈민들의 임금을 상승시켰다. 예를 들어, 14세기
중엽에서 15세기 중엽 사이 탈곡이나 키질 등 농업 노동의 임금이 50-75% 정도
상승하였다(해리슨, 1989 :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