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극단에서 정치적인 것의 개념은 생과 사의 집합의지에 의해 추동되는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 적나라하게 충돌하는 현장이다. 또 다른 극단에서 정치적인 것의 이념은 유적 존재에 고유한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는 가치와 아름다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비판해석학적으로 재조정된 진리의 정치는 두 극단의 어느 쪽에도 배타적으로 귀속되지 않으며, 접점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정치적인 것의 두 이념을 부분적으로 매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치적 진리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스팩트럼의 선상에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역동적 실천으로서 존재할
터이다.
이 스펙트럼의 두 극단 사이 어느 지점에 유력한 정치이념으로 역사적으
로 존재해온 것이 진리의 정치와 삶의 정치이념이다. 그 가운데 진리의 정
치가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진리정치의 주장이 투명한 만큼
불확실한 현실 정치를 헤쳐갈 수 있는 잣대의 역할이 기대되어왔기 때문이
다. 그러나 확정적 진리는 약동하는 세계의 모습을 다 담지 못한다. 세계는
지식의 경계를 항상적으로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은 법칙을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