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름 없는 무덤 앞에서
전쟁. 시(詩)를 만나다
전쟁과 시. 얼핏 보면 이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시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문학 장르이다. 따라서 시의 소재는 사랑, 평화, 희망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반해 전쟁이라는 것은 감수성 따위가 지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며, 사랑, 평화, 희망과도 거리가 멀다. 전쟁과 시는 각기 다른 평행선 위에 서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의 접점은 전쟁시라는 아주 작고 특수한 영역으로 분명히 존재한다.
전쟁시란 글자 그대로 전쟁에 관한 시 즉, 전쟁을 소재로 하여 쓴 작품을 가리킨다. 전쟁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사건 뿐만 아니라 전쟁과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그린 시도 범주에 포함된다. .... (중략)
전쟁시는 대개 적극적인 전쟁참여와 전투의욕 고취 그리고 애국심을 독려하는 목적을 띠거나, 전쟁을 체험함으로써 느꼈던 감정과 현실을 형상화시킨다.1)1) 박양호 엮음, 『한국 전쟁과 시, 군가, 삐라』, 도서출판 화남, 2010, 21p.
전쟁시란 전쟁을 소재로 다룬 시다. 전쟁이라고 하면 우리는 대개 군인들 간의 싸움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실 그 싸움에 참여는 하지 않지만, 영향을 받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가족, 전쟁에서 희생된 민간인,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 전쟁시는 이들 모두를 시의 소재로 삼는다.
전쟁시는 또한 목적이 분명한 시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군인들의 전투의욕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과 전쟁체험을 통해 느낀 감정과 현실을 형상화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시를 짓는 사람은 전쟁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갖고 서로 다른 목적으로 전쟁시를 짓는 것이다. 이렇게 목적이 다른 시는 똑같은 소재를 다뤘다 할지라도 그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전쟁시를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간극을 확인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전쟁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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