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의학적 업적 중 하나인 인슐린의 발견은 마치 드라마 그 자체였다. 인슐린의 발견자인 캐나다의 의사 프레데릭 밴팅(Frederick Banting)과 그의 조수 찰스 베스트(Charles Best)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몇 권이나 출간되었을 정도다. 당뇨병이 췌장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19세기 말에 밝혀졌다. 1889년에 독일의 의사 요제프 폰 메링(Joseph von Mehring)과 오스카 민코프스키(Oskar Minkowski)가 개의 췌장을 적출한 후, 그 개가 자주 배뇨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빈번한 배뇨는 당뇨병의 증상 중 하나다.
이에 의문을 느낀 그들은 개의 소변을 맛보고 개가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췌장을 잃은 동물은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점과 췌장이 분비하는 어떤 물질이 당뇨병의 발병을 억제하는 듯하다고 추측했다. 이후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이 물질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매달렸지만, 그 누구도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