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뛰세의 이데올로기론에 대한 이론을 심층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인식론을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알뛰세의 이데올로기론의 기초에는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로서의 변증법에 대한 알뛰세의 독창적인 시도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2. 알뛰세의 이데올로기적 인식론 (마르크스와의 비교)
마르크스는 “전도”라는 개념을 통해서 자신의 이론의 과학적 성격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알뛰세가 보기에 “헤겔을 전도한다.”라는 마르크스의 기획은 그다지 과학적인 문제 설정은 아니다. 알뛰세는 마르크스가 헤겔을 “전도 inversion” 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을 과학적인 문제 설정의 지위로 격상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실지로는 헤겔의 영향하에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그 이유를 전도개념의 모호성에서 찾는다. 마르크스는 헤겔에게서 변증법이 전도된 채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신비한 껍질 속에 들어 있는 합리적인 알맹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다시 전도 umstülpen 시켜야 한다.(MEW.23.S,26) 그러나 알뛰세는 이러한 “전도”라는 개념으로서는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특수성을 개념화할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하나의 대상을 뒤집는다고 그 대상의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헤겔의 변증법의 구조를 변형시키지 않은 채로 마르크스주의의 특수성을 진술하는 전도개념은 “너무나 일반적인 것”이며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가치”(PH.172)를 지니지 못하는 단지 세계관적인 차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의 방법이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을 가지기 위해서는 더이상 “마르크스가 리카르도에 헤겔을 적용”했다는 식이 아니라 헤겔의 변증법에 “작용을 가해서 work on” , 전화 transformation 시켜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