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신병원에 자신이 스스로 옥수수라고 철석같이 믿는 남자가 있었다.
“ 닭들이 자꾸 나를 쫒아 다닙니다. 무서워 죽겠습니다. ”
“ 선생님은 옥수수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 이제 아시잖아요
“ 글쎄 저야 알지요 하지만 닭들이 그걸 모르잖아요 ”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의 시작 부분이다.
이 작품은 시작부분부터 독자에게 마치 수수께끼 문제를 풀게 하듯이 궁금증을 유발시키면서 시작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데뷔작이후에 잘나가던 전도유망 한 작가였지만 지금은 계약금만 출판사로부터 받아먹고 소설은 넘기지 않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넘길 수 없는 처량한 신세이다. 하지만 출판사에 월 스트리트 출신의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면서 ‘나’의 이러한 태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출판사의 위협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반 강제적으로 소설 집필 작업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러나 집필 작업은 그다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소설은 과연 쓰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엉거주춤 한 상황에 ‘나’는 처하게 되면서 소설의 대부분의 내용 또한 여기서 일어나는 갈등이 주된 골자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과정 중에서 작가인 김영하는 약간은 미심쩍은 단초를 제공하면서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작가를 만나러 온 출판사 직원이 ‘나’의 전처라는 사실은 이 이야기의 엉킨 매듭을 푸는 하나의 매게 체가 된다. 이혼헌 전처는 딸이 미국의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면서 학비충당을 위해 ‘나’에게 소설쓰기를 강요한다.
“ 근데 너희 사장 유부남이야 ”
“ 자꾸 왜 이래 찌질하게.”
“ 그것만 말해줘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 유부남이야 ”
“ 별거 중이야. ”
“ 별거 중이래가 아니고 ”
“ 말 꼬투리 잡지마. ”
“ 별거 중이라 말은 다들 그렇게 하지. ”
수지가 발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