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와 그에 따른 사례들
방어기제
내 마음 나도 몰라
논이 끝난 곳에 도랑이 하나 있었다. 소녀가 먼저 뛰어 건넜다.
거기서부터 산 밑까지는 밭이었다. 수숫단을 세워 놓은 밭머리를 지났다.
저게 뭐니
원두막.
여기 참외 맛있니
그럼, 참외 맛두 좋지만 수박 맛은 더 좋다.
하나 먹어 봤으면.
소년이 참외그루에 심은 무밭으로 들어가, 무 두 밑을 뽑아 왔다. 아직 밑이 덜 들어 있었다. 잎을 비틀어 팽개친 후 소녀에게 한 밑 건넨다.
그리고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듯이 먼저 대강이를 한 입 베물어 낸 다음 손톱으로 한 돌이 껍질을 벗겨 우적 깨문다.
소녀도 따라했다. 그러나 세 입도 못 먹고,
아, 맵고 지려.
하며 집어 던지고 만다.
참 맛없어 못 먹겠다.
소년이 더 멀리 팽개쳐 버렸다.
-황순원의 [소나기] 중에서
소년에게 무는 정말 맛이 없었을까 그리고 소년이 무를 더 멀리 팽개친 이유는 무엇일까 버스나 지하철에서 멋있는 여자의 옆자리를 놔두고 멀리 떨어져 앉거나, 진심이 아닌데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퉁명스럽게 대할 때가 있다. 집 안에서 속상한 일을 겪고 난 다음에 엉뚱하게 부하직원을 몰아세우기도 하고 철석같이 약속했던 일을 까맣게 망각하는 경우도 있다. 넉넉할 때보다는 주머니가 허전할 때 객기를 부리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의 마음이며, 남은 말할 것도 없고 내 마음조차도 내가 모를 때가 많다.
남만 속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남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인다. 여기서는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속일 수 있는지, 그것이 무엇을 노리기 때문인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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