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동영상자료 감상문
‘죽어도 좋아’
영화는 간이매점에서 꾸벅꾸벅 조는 할아버지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눈 내리는 겨울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엔 주름만큼이나 노년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있다. 어두운 집안에서 혼자 벽을 보고 식사를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말소리도, TV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 속에서 그렇게 저녁을 먹는다. 항상 그래왔다는 듯이 자연스럽지만 쓸쓸한 모습. 혼자 먹는 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밥이라는데, 벽에 걸려있는 낡은 흑백 결혼사진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아마도 할아버지는 오랜 시간 혼자 그렇게 지내 오 신 듯 하다. 밥을 먹고 난 후 양치를 하는 대신 틀니를 닦는 모습은 나에겐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나도 언젠간 저런 나이가 되겠지 라고 생각하면 고개를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그의 하루는 조용히 저물어가고 방에 불은 꺼진다.
공원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할아버지. 역시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카메라가 줌아웃(zoom-out)되자, 바로 옆 벤치에 앉아있는 할머니가 보인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말을 건넨다. “너무 예쁘네, 이름이 뭐야 옆에 이렇게 예쁜 할머니가 있어 행복하네.”라며 작업멘트를 날리는 할아버지.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즉석적’으로 이루어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