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처음 접해본 현기영의 '순이 삼촌'. 처음에는 그냥 '제주도의 문화와 생활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겠지'라는 생각만 갖고 읽었다. 그러나 읽으면서 점점 내가 생각한 것만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로만 듣던 4.3 사건과 관련된 소설이었다. 그래서 4.3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난 뒤에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이 수업을 다 듣고 나서 진지하고 깊게 이해하며 읽었다.
‘순이 삼촌’은 북제주군 조천면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을 이야기 하고 있다. 순이 삼촌은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큰 고통을 받아 그 후유증으로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나오는 '나'는 어린나이에 4.3을 겪고 서울에서 살며 8년 동안 고향 제주도에 오지 않는 인물이다. 오지 않는다는 표현보다는 못 온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나'는 8년 만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온다. 비행기 단 한 시간으로 도착한 제주도는 '나'에게 있어 절대 쉽게 올 수 없는 곳이다. 4.3사건을 겪은 탓에 8년 만에 온 제주도는 더욱 어둡고 탁하게 보일 뿐이다. 고향에 와서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인자리에 갔는데 순이 삼촌이 보이지 않아 물었더니 순이 삼촌이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순이 삼촌은 일 년 동안 '나'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집을 돌봐주셨다. 그러던 분이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니 '나'는 더욱 놀랍고 자신의 집에서 고생해서 돌아가신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 사실 순이 삼촌이 서울 집에 있을 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처음엔 밥을 많이 먹는다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욕한다며 화를 내고 속상해했다. 그래서 따끔하게 아내를 야단치고 순이 삼촌을 타일렀는데 그래도 순이 삼촌은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쌀이 자신이 많이 먹어서 빨리 줄어드는 게 아니라며 괜히 변명을 하고 쌀을 최대한 눌러 붙지 않게 하기위해 신경과민에 걸릴 정도로 신경을 쓰며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