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번뇌의 가짓수는 팔만사천번뇌에 달하기 때문에 붓다는 이 번뇌를 멸하기 위해 팔만사천법문을 설했다 한다. 이처럼 방대한 붓다의 법문을 소개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붓다는 팔만사천법문을 단 한 마디로 요약해서 들려준다. 불법비불법佛法非佛法. 불법은 불법이 아니다. 《금강경金剛經》〈제8장 의법출생분依法出生分〉에 나오는 이 글귀는 붓다가 팔만사천법문을 설하고 나서 나는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법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단이요 도구일 뿐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하듯 피안에 닿았으면 법마저 버리고 완전한 열반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자도 그의 저서 《도덕경道德經》첫 구절에서 같은 얘기를 한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가 도면 도가 아니다.
붓다가 속세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출가하여 구도의 길을 걸은 데는 그의 세계관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붓다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삼법인三法印이다. 불교의 초기 경전을 보면 붓다가 존재의 특성을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로 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세상은 덧없으며, 괴롭고, 실체가 없다는 얘기다. 이것이 후대에 내려오면서 삼법인으로 확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