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의 또 다른 생산적인 사상가였던 아담 스미드(Adam Smith: 1723-90) 또한 벤덤과 동일하게 이용되고-혹은 오용되었다. 말하자면 스미드의 사상은 T. 말서스나 D. 리카도 등 다른 경제학자들의 사상과 함께 英國의 초기 산업체제를 옹호하려 한 사람들에 의해 수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스미드를 19세기에 들어와 자본주의가 점차 발전해 감에 따라, 자본주의의 옹호자라기보다 오히려 민주적 급진주의자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미드는 국가나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조할 수 있다고 하는 어떤 주장도 옳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18세기의 회의주의사상가 D. 흄에 많은 영향을 받은 그는 주어진 역사적 현실내에서만 상식적, 부분적 방식으로 실제적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스미드의 도덕철학은, 이점에서는 공리주의자들과 상이했지만, 인간이란 자기만족 및 자기보존의 본능에 의해 움직인다고 믿은 점에서는 그들의 입장에 접근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여기에 더하여 동정심-개인적 이익이나 사회적 공리성에 대한 합리적 평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자연발생적 감정 혹은 정서-이 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행사한다고 믿었다. 또한 그는 행복은 쾌락과 고통의 계산에서보다는 ‘사랑받고 있다는 意識으로부터’온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