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주의는 제 1인터내셔날 시기 영국의 대표적인 이념적 조류로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노동자계급의 지위향상을 노동운동의 목표로 한정하려는 노선을 견지하였다.
이에 대해 맑스는 처음에는 관대한 태도를 취했다. 거기에는 망명을 묵과한 나라라는 측면과 그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상이 영국의 노동자계급이라는 사정이 고려되었으며,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당시 영국이 자본주의 발전의 선두주자이고 영국 노동운동의 전개양상이 후발 국가들이 뒤따를 전례가 되리라는 고려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일랜드 문제를 놓고 영국 노동자계급이 편협한 민족주의적 시각에 매달리자 맑스는 영국 노동운동의 실체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이제까지 자제했던 공격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후 맑스는 제 4차 바젤대회에서 아일랜드 해방의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였으며, 이를 통해 영국 노동운동의 무기력을 고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맑스의 태도는 자본주의 발전과 식민지 수탈에 편승하여 상황의 급진적 변화를 원치 않았던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 커다란 불안과 불만만 심어주었다. 이를 계기로 인터내셔날 총평의회와 영국 노동조합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통해 맑스는 혁명을 배우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혁명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실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