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으로 유명한 [광장]은 최인훈의 대표 소설로 1960년 11월 [새벽]에 연재되었다.
[광장]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지식인의 갈등을 그렸으며, 남·북한의 대립을 정면으로 파헤친 관념적 경향이 짙은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다룰 때에는 흔히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나는 [광장]을 읽으며 이데올로기와 연애 등의 이유로 끊임없이 갈등하던 주인공 이명준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에 가장 큰 관심을 두었다.
이 작품은 이명준이 남·북한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국을 선택하여, 중립국으로 가는 도중 배에서 바다로 투신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죽음으로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죽음을 통한 도피’에서 나는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가 떠올랐다. 건물 옥상에서 날개가 돋기를 원하던, 날고 싶어 하던 [날개]의 주인공은 [광장]의 주인공 이명 준과 마찬가지로 죽음으로 갈등에서 도피하고 싶어 한다. [날개]의 주인공의 갈등은 [광장]의 가장 큰 갈등 요소인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는 갈등이었지만, 두 주인공의 생각은 같은 곳에 닿는다.
본고에서는 언뜻 보기에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작품, [광장]과 [날개]의 두 주인공을 통해 ‘죽음을 통한 도피’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