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마뜩치 않은 가족인데 가족은 나를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싸준다. 다툼에 휘말려 감옥에 갈 수도 있는 내게 형은 이렇게까지 말한다.
“난 어차피 전과자야. 별 한 개 더 달아봐야 별 차이도 없다. 하지만 넌 예술가잖아. 앞으로 영화도 만들어야 할 텐데 교도소 같은 데 드나들면 안 되지. 그러니까 넌 무조건 모른다고 잡아 떼. 다 내가 한 짓이라고.”(p192)
물론, 이기적인 예술가인 나는 이러한 형의 제안을 수락한다. 처음에는 면회도 가고
영치금도 넣어주지만 얼마 안 가 형을 외면한다. 빚을 졌다는 부채의식에서 벗어나고 싶
었기 때문이리라. 소설 후반부에 가서야 나의 뉘우침은 시작된다. 자신이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존재였다는 것을,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도 특별한 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