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고-
작년 겨울이던가. 자칫 대학 교양도서로 사장될 뻔한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착한 국방부’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던 기억이 난다. 이른바 불온도서라는 딱지로 말이다. 하필 그 시점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시름을 앓고 있었던 때 인만큼 상당히 시의 적절한 ‘착한 짓’이었던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불온하여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빨간 딱지를 붙이게 되었을까 국방부에 따르면 ‘반세계화적’인 내용이기에 이 책은 불온하다고 한다. 이제껏 한국인의 경제에 대한 인식에 비추어 봤을 때, ‘반세계화는 불온이다’라는 공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각 국가 간에 무역 장벽이 차단되어 자유롭게 수출입이 가능하게 되면, 우리는 보다 경쟁력있는 상품을 세계에 수출하여 수출 강국이 되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우리의 뼛속 깊은 성장본능을 말이다.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러한 우리의 세계화를 통한 경제 성장에 대한 맹신을 통렬하게 부수어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완전한 세계화를 통해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이른바 자유시장주의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미국이 과연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표방한 것일까 이 책에서는 결코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미국은 보호무역으로 성장하였으며, 어느 정도 성장하자 가난한 나라라는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강제든 설득이든 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것을 ‘사다리 차기’라고 표현하는데, 한마디로 ‘정상의 자리에 도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올 수 없도록 자신이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 차 버리는 것은 아주 흔히 쓰이는 영리한 방책’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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