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의 공헌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비합리적임을 다양한 연구 사례로 증명했다는 데 있다. 전통경제학이 전제한 합리적 인간의 가정이 무너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선택과 판단은 합리적 생각을 통해 나온 객관적인 결과물이라고 자부하며 산다. 행동경제학이 단순히 인간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데 그친다면 그 존재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다. 비합리적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됨으로써 이를 지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되어 궁극적으로 합리적 인간을 지향해 가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존재 의의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인간의 비합리적 모습의 핵심은 두 개의 등가 상황을 서로 다르게 생각하거나 느낌으로써 모순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조삼모사의 고사에서처럼 똑같이 7개를 주는 상황임에도 아침에 4개를 주는 제안에는 만족하는 것이 비합리적 선택의 예가 다. 등가 문제는 반드시 같은 선택을 해야 모순적이지 않고 합리적인 행동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자주 겪고 있는 이런 비합리적 모습들을 총 9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그 주요한 개념들을 살펴보자.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당대에 가장 탁월한 업적을 이룬 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저자 크리스토퍼 시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비합리적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오히려 이런 비합리성을 현실에서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 책을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합리성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들을 곰곰이 돌아보면 (합리적인지 아닌지 모르면서) 합리적인 척하며 내린 판단, 합리적 사고 없이 단지 합리적이라고 습관적으로 믿고 내린 판단 등의 사례가 떠오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