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통계만큼 그 사회 구성원의 절망감을 잘 반영하는 수치는 없는 것 같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40초당 1명이 자살을 하는데, 이는 매년 100만 명이 자살을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래, OECD 회원국들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2009년 한 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1100여 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이 중 매일 42명씩, 일 년에 15,566명이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버렸다. 여기에 더해 OECD 자료에 따르면 자살률 상승 속도는 더 심각한데, 자살증가율은 1990~2006년 172%로 OECD 국가들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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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내가 가장 큰 자극을 받은 것이, 책의 표지에도 보이는 황새와 개구리 그림이다. 호숫가에서 황새 한 마리가 개구리를 막 잡아내어 입에 덥석 물어넣는다. 황새가 개구리의 머리부터 입에 넣고 목구멍으로 넘기려는 순간, 개구리는 자신의 앞발을 밖으로 뻗어 황새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개구리의 예상 못한 공격에 황새는 당황하고 졸린 목으로 개구리를 삼키기 힘들게 되며, 점점 숨까지 막혀 온다. 물론 개구리의 마지막 필사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황새의 먹잇감으로 생을 마치게 되겠지만, 이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아 보인다.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냥 포기하기 쉽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최악의 절망에서 죽는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구리의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이 개구리를 생각하면 없던 힘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