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의 죄악’과 신성모독 - 중세의 언어적 일탈
I. 머리말
II. 일차사료의 문제 및 연구경향
III. ‘혀의 죄악’
IV. 신성모독
V. 국왕권과 신성모독
VI. 맺음말: 앞으로의 연구 지향점
I. 머리말
한 사회 속에서 ‘일탈’로 규정되는 행위들은 소소한 일상적 일탈로부터 범죄로 규정되는 심각한 수준의 일탈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언어적인 일탈’도 마찬가지로 한편으로는 현실을 풍자하고 기존 질서를 해학적으로 뒤엎어보는 언어유희 같이 가벼운 일상적인 일탈도 존재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크고 작은 언어폭력으로부터 사기나 위증 같이 범죄요건에 해당되는 심각한 일탈까지 다양한 일탈행위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언어적인 일탈이란 각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고 각기 다르게 인식되는 사회적, 역사적 현상이기에, 역사가의 연구대상이 될 만한 주제이다. 오늘날 인터넷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언어폭력이 물리적인 폭력에 비해 그 심각성이 잘 인지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사상 다른 시대나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떤 특정한 언어폭력 혹은 언어적 일탈행위에 대하여 극형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발표문에서는 여러가지 언어적인 일탈행위 중에서도 특히 서양 중세시대의 신성모독(blasphemia)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세 전 시기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개념정의, 사회적인 태도 및 규제 방식이 변화하였으며, 중세 후기로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한 일탈로 인식되어 그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즉, 처음에는 도덕적인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던 언어적 일탈이 중세 후기부터 종교권 및 세속 정치 모두에서 심각한 일탈로 인식되었으며, 16세기에 들어서는 결국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되게 되었다. 따라서 이 발표문을 통하여 신성모독이라는 언어적 일탈행위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일탈적’ 이라고 인식되는 행위의 역사적 상대성 및 사회적 특수성에 대해 환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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