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나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친절하게도 제목을 통해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 큰 틀을 거의 모든 작품에서 제시해준다.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이라는 제목들은 각각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상황이나 성격 혹은 심리를 대표하는 단어들인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역시 마찬가지로, 아버지 표도르와 그의 세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그리고 사생아 스메르자코프로 구성된 카라마조프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술해 놓은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카라마조프’라는 러시아 단어는 ‘악에 문드러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집안을 대표하는 아버지 ‘표도르’라는 인물의 특성을 집약해 놓은 단어로서 신중하게 선택되어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로서 가져야할 모든 책무를 방기했고, 자신의 이기와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왔던 표도르에게 ‘카라마조프’라는 성은 더할 나위 없이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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