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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을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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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을 읽고나서
밥을 먹으며 그냥 밥이기 때문에 먹는 것일 뿐 이것이 왜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음식에도 나름의 역사가 있다. 어떤 것은 자생한 것이고 어떤 것은 엄청난 여정을 거쳐 우리에게 온 것도 있고, 어떤 것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이 뭐 중요한 것인가 하겠지만 음식이란 바로 우리를 말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정체성은 너와 나의 다름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같은 것을 먹는다는 것으로 동질감을 느끼고, 동료로서 나가서는 동족으로서의 연대의식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음식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나를 아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음식도 문화다. 나는 음식을 맛의 차원을 떠나 ‘문화’로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이해를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음식에 역사이다. [식食 전傳]라는 책은 우리나라 음식의 기원과 그 흐름에 대해 쓴 책이다. 우리역사가 근세격동기에 험난한 길을 걸었듯이 우리 밥상역시 근세 혼란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재료, 중국의 영향, 근세에서는 일제강점기 때의 일본 영향, 현대에 들어서는 서구의 영향, 기술 발전과 생활의 변화에 따른 음식 조리법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우리 음식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내가 살아온 동안 엄청난 사회의 변화가 있던 것만큼 음식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먹어본 서양에 기원을 둔 음식이라 해봐야 일본을 거쳐 들어온 빵이 전부이고, 직접 미국이 만든 음식이라고 해봐야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전투식량인 C-Ration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집사람이 서양음식인 라크레트를 쉽게 해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참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시대였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음식이 급격하게 변하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우리 음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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