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예술”을 읽고...
예술가라는 단어에 포함된 이미지가 있다. 쉴새 없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라든가, 심각한 표정 탓에 생긴 콧등의 주름, 꽉 다문 입매 같은 것. 이런 의견들을 모두 모아보자면 결국 예술가란 이미지의 핵심은 고뇌와 섬세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지은이는 일본과 유럽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화가이다. ´점 시리즈´와 ´선 시리즈´, ´절제와 여백의 미학´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 화가는 한 미술잡지의 설문에서 ´한국현대미술에서 가장 한국적인 작가´로 꼽힌 바 있다.
화가의 책이지만 자신의 삶을 풀어놓은 글도 아니고, 딱딱한 예술론도 아니고, 그림을 실은 화집도 아니다. 날이 선 듯 예민한 감각을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놓은 산문집.
여러 주제를 넘나들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가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이 사람은 온 몸이 더듬이가 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자신을 통과해 가는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의 온 몸으로 느끼고, 느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영감과 천부적 재질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고민하고, 이렇게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전체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여백의 예술´과 3장 ´여백의 영역´에서는 자신의 예술관과 작품을 만들 때의 태도 등을 이야기하고, 2장 ´여러 작가들´에서는 세잔, 몬드리안, 백남준 등 다른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감상을 들려준다.
4장, 5장, 6장이야말로 세상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 한 병의 와인과 관련된 사연에서부터 언어, 예술 작품, 갖가지 감정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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