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 누’를 읽고......
이야기의 발단은 청일 전쟁의 회오리 바람이 막 지나가고 피비린내가 만연한 평양 어느 곳에서 삼십 세 가량의 여인이 옷도 풀어헤친 채 허둥거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여인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아내를 잃고 찾아 헤매던 어느 외간 남자와 부딪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 부인은 남편 김관일과 의딸 옥련,세 식구가 난리통에 서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최씨 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자 자살을 결심하고 대동강 물에 뛰어 드나, 뱃사공에게 구출되어 평양에 그대로 머물렀으며, 김관일은 나라의 큰일을 해야겠다고 결단을 내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옥련은 피난길에 폭탄의 파편을 맞아 부상했으나 일본군 군의관 이노우에의 후의로 그의 양녀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녀는 원래 총명하고 예쁜 탓으로 이노우에 군의의 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옥련은 그 후 이노우에 군의가 전사하자, 부인으로부터 냉대를 받게 되고 갑자기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어 방황하다가, 구완서라는 청년과 알게 되어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다. 구완서는 부국 강병의 뜻을 품고 조선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학길에 오르던 중이었다. 옥련은 그곳에서 고등 학교를 우등으로 마치고 이미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김관일과 10년만에 만나게 된다. 옥련이 우등으로 졸업하자 그곳 신문에 옥련에 관한 기사가 나고 이것을 옥련의 아버지인 김관일이 본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옥련과 구완서는 일생의 반려가 되기로 기약하며 약혼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직 평양에 살아 있음을 확인한 옥련은 매우 기뻐하며, 그리움 속에 어머니에게 우선 편지를 띄운다. 구완서는 우리 나라를 문명한 강대국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고, 또 옥련은 우리 나라 여자들의 지식을 넓혀서 남자에게 눌리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며, 또한 여자들도 사회에 유익하고 명예 있는 백성이 되도록 교육할 것을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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