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향한 마지막 비상구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장편소설론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소설은 하나의 강력한 기호로서 현대를 상징하고 있으며, 그는
소설을 통해 독자와 교감하고 그들에게 감정의 배출구를 부여한다. 오욕에 덮인 이 세계
를 향해 하루키는 무엇을 발산하고 있는가.
약 15년간 하루키는 여러 장르에 걸쳐 글을 써 왔고, 사실 그의 문체라든지 내용의
독특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은 단편소설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의 장편소설만을 가지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의 장편소설들은 진화하고 있
기 때문이다.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부터 최근작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에 이르는 여덟 편의 장편소설은 내적으로 사슬과 같은 연관성을 보이고 있고, 그 연관
성의 연구를 통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중얼거림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가설을 필자
는 세웠기 때문이다.
하루키 소설의 시대적인 배경을 보자. 그가 7년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8년간 재즈 바를
경영하던 시절은, 소위 일본의 정치의 계절 이 그 끝이 보이던 때였다. 무엇보다도 이제
일본의 자본주의체제는 학생운동정도에 무너지기에는 너무도 견고해져 버린 것이었다.
현실은 무언가 잘못되어 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나는 안다. 그러나, 그것은 바뀌어
지지 않는다 는 인식. 이러한 현실 인식 위에서 하루키는 글을 써 나간다. 빗나가기 시작한
(1970년대), 또는 이미 빗나가 버린(1979년 이후-여기서 1979년이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표한 해이며, 이 소설은 이후 전개될 다른 소설들
의 방향을 암시한다고 본다) 세계에 대해 주인공은 능동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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