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주의와 문화
1. 서론
2. 이데올로기로서의 문화: 맑스, 엥겔스의 문화론
3. 조작과 순응: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문화적 비관주의
4. 대안적 모색: 그람시 헤게모니론의 확대
5. 맺음말
1. 서론
최근 우리 사회에 문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80년대 대학가를 풍미했던 논의의 주제가 ‘사회 변혁’, 그 중에서도 정치적 변혁이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다소 과장된 묘사이지만 ‘문화의 춘추전국 시대’, ‘문화 신드롬 현상’이라는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폭발적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문화 붐’은 다음 두 측면을 동시에 함축한다. 한편으로, 문화 관련 논의가 갑자기 확대된다는 것은 이제 사람들이 ‘삶의 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치에서 문화에로의 선회’는 변혁적 전망의 포기 즉 정치적 비관주의를 그 속에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론의 이러한 이중성은 80년대의 화두인 맑스주의와 관련지워 볼 때, 특히 부각된다. 일찌기부터 사회 변혁의 비젼을 포기해야만 했던 ‘서구 맑스주의’가 문화적 상부 구조에로 관심을 돌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고전적인 맑스주의에 있어서 ‘문화’란 그저 토대에 의해 결정되는 상부 구조, 그 중에서도 이데올로기의 한 형식에 불과하였다. 물론 맑스와 엥겔스는 문화를 포함한 ‘이데올로기의 제 형식’을 경제적 토대의 ‘직접적인’ 반영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점, 그리고 그것들의 상대적 자율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고전적 맑스주의가 나름의 문화 이론을 전개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머지 않은 장래에 혁명이 도래하리라는 확신을 가졌던 이들에게 있어서 ‘문화’는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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