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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마을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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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마을 사람들
지은이
이범선
줄거리
자동차 길엘 가려 해도 오르는데 십리 내리는데 십리라는 영을 구름을 뚫고 넘어, 또 그 밑의 골짜기를 삼십리를 더 들어가야 하는 마을인데, 강원도 두메의 이 마을을 자기네들은 학마을이라 불렀다. 그리고 일곱집이 전부였다. 지금 이 학마을을 이장 영감과 박 훈장이 지팡이로 턱을 괴고 영마루에 나란히 앉아 내려다 본다. 두 사람은 오늘 아침 면사무소 마당에서 손자들을 징 병 보내고 아침부터 낮이 기울도록 삼십 리 길을 걸어오면서 거의 한 마디 말도 없었으며, 이윽고 그들은 서른여섯 해 동안 학이 안 온다는 이야기를 건낸다.
옛날 학마을에는 해마다 봄이 되면 한 쌍의 학이 찾아오곤 하였다. 언제부터 학이 이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했는지 아무도 모른 다. 학이 돌아온 날은 큰 잔치날이었다. 나무 밑에서 떡과 술을 먹고 노래를 불러 젊은이들에게 가장 기쁜 날이다. 젊은이들 은 술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이 마을의 율법이 있었으나 이 날만은 술을 먹을 수 있으며, 젊은이들이 빙 둘러 앉아 술을 마실 때 마을 처녀들은 술과 안주를 가져다가 젊은이들의 어깨 너머로 넘겨주면 함성이 울리곤했다.
또한 학의 똥이 물동이에 떨어지면 그 처녀는 그 해에 틀림없이 시집을 갔는데, 억쇠(이장 영감)의 어깨 너머로 술과 안주를 넘 겨 주던 탄실이도 학의 똥을 물동이에 받아 억쇠와 영을 넘었으나 붙들려 이웃 마을에 시집을 갔다.
학이 안 오면 그 핸 가뭄이 든단 말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여느 해에 그렇게도 영험하던 학의 생각이 몹시도 간절하였다. 이 런 때면 학은 늘 하늘과 그들 사이에 있어 주었다. 가뭄이 들어도 그들은 학나무를 쳐다보았다. 그러면 학이 그 긴 주둥이를 하늘로 곧추세우고 비오비오 울어 고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또 하늘은 꼭 비를 주시곤 했다. 장마가 져도 그들은 또 학을 쳐 다보았다. 이번엔 학이 '가가'길게 울어 주기만 하면 비도 곧 가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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