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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_카프카_유형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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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유형지에서
내면에 갇힌 세 개의 원
류수안
섬에 가서야 섬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것도 고정된 나의 시각으로밖에는 보지 못하면서도 보았다고 말한다. 한쪽으로 휘어 성장을 멈춘 소나무가 세한도 속의 나무처럼 으르릉 내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내가 딛고 선 이 섬은 과연 어디에 닿아 있으며 왜 스스로는 빛을 내지 못하는 걸까,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매번 그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카프카는 섬이다. 그것도 제 자신에게서조차 고립된 유형지로서의 섬.
서른 네 살에 발병한 결핵으로 그는 1924년 마흔 한 살이라는 나이에 키를링 요양소에서 죽었다. 잡화 도매상의 아들로 프라하 유태인 빈민촌에서 태어났고 법학을 전공한 뒤 노동자상해보험공사에 입사하여 14년간 성실히 근무하여 순조롭게 승진해 갔으며 내성적인 성격의… …
하는 식의 외부로 드러난 그의 삶도 마흔 한 살에 함께 멈춰버려 이후의 그는 어디에서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면 마흔 한 살 이후의 그는 어디에 있을까. 그의 어깨 너머 저편을 바라본다. 그곳은 궁륭이다. 여전히 미로 속이다. 그가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는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결정적인 것은 기록하지 않았다고, 아직도 두 팔 안에서 떠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게다가 대기하고 있는 작업은 엄청난 것이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지금 그 엄청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매번 내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를 읽었던 사실조차 없었던 것같은― 경이와 전율로 다가온다.
초등 학교 입학하여 맨처음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 그때 선생님의 손놀림을 따라 식물의 줄기가 지표를 밀고 올라오듯 칠판 위로 올라오던 어머니의 어자. 그는 모든 일상적인 사물을 그와 같은 경이로 바꿔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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