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생전에 맑스는 국가에 대한 연구 계획을 구상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런 연유로 맑스 자신에게는 국가론이라고 부를 만한 이렇다할 글들이 거의 없으며, 다만 「공산당 선언」과 프랑스 혁명 3부작에서 우리는 국가에 대한 그의 견해를 참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두 저작에서 국가에 대한 상반된 두 경향적 입장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부르주아 계급 전체의 공동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라고 부를 만큼 경제결정론적인 함의가 강한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혁명 3부작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정치와 국가를 매우 정치(定置)하게 분석하는 경향이다. 따라서 이 두 저작으로부터 국가에 대한 그의 견해를 유추하는 것은 그리 용이한 작업이 아니며, 이러한 경향적 차이가 맑스주의 내에 공존함에 따라 주체, 권력, 국가를 다르게 파악하는 상이한 분파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2. 마르크스 주의 국가론 고찰
따라서 여기서는 맑스주의의 정통으로 인정받아왔으면서도 국가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분석을 행했던 레닌의 견해를 우회로로 택하여 맑스주의적 국가론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겠다. 일반적으로 맑스주의는 국가를 계급 및 계급사회와 관련하여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레닌은 국가와 혁명에서 국가를 사회의 산물로 취급하면서 국가와 사회의 외관상 대립을 계급적 관점에서 이해한다. 즉 “국가는 계급 대립의 화해 불가능성에 대한 표현이며 그 산물이다.”국가와 사회를 동일하게 계급적인 시각에서 이해한다는 점에서 맑스주의적 국가론은 계약론적 전통의 국가론과 대조적이다. 즉 국가는 시민들의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중립적인 기구가 결코 아닌 것이다.
“국가는 계급지배의 기관이자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기관이고, 계급간의 갈등을 완화함으로써 이러한 억압을 정당화하고 영속화하는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