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먼저 우리 인식체계의 구조를 현상계와 본체계로 나눈다. 현상계는 인과법칙의 지배를 받는 시공간 안의 세계를 말하며 오성의 인식능력을 통해서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다. 가령 들고 있던 볼펜을 떨어뜨렸을 때, 우리는 그 볼펜이 분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고 예측을 하지 위로 올라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공간 안에서 ‘떨어지는 볼펜’은 자연법칙 즉 자유 낙하운동법칙의 지배를 받아서 반드시 아래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는 인식구조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가 유한한지, 무한한지” 또는 “신이 존재하는지, 안하는지”와 같은 물음들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논증은 사실 상, 현상계 즉 인과법칙과 시공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있는 문제들이다. 우리의 오성 능력은 절대로 이러한 물음에 답을 내릴 수 없다. 만약에 답을 내리게 된다면 이 때에는 양쪽의 논증 모두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버린다. 즉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논증도 성립되고, 동시에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논증 역시 모순없이 성립되는 것이다.
칸트는 이것을 ‘이율배반’의 문제라고 명명하였고 이런 물음은 우리 현상계의 범위를 벗어난 ‘물자체’ 세계에서 존재하는 물음들이므로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들에 대해서는 침묵하자로 그의 주저『순수이성비판』은 끝을 맺는다.
(2) 실천이성 비판
그러나 그의 후속작인『실천이성비판』에서 그는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답변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현상계를 벗어나 있는 ‘물자체’의 세계 즉 ‘예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지계는 ‘오성’이 아닌 ‘이성’의 능력으로 알 수 있는 세계이며, 인과법칙이 아닌 도덕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존재의 세계가 아닌 당위의 세계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인식이 가능한 이유는 경험 이전에 이미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