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배우 소지섭, 강지환이 출현한 장훈 감독의 영화이다. 나는 어릴 적 부터 영화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어렸을 때 한번쯤은 생각하는 “내가 이 세계의 주인공이며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단지 각성을 못했기 때문이고 우주의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영웅이다”라는 것들을 영화가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내 친구는 어렸을 적에 자기가 세일러문인데 악당이 지구를 정복하러 오면 숨어있던 초능력이 나타나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었다고 한다. 정말 세일러문인데 단지 우주 악당이 나타나지 않아 초능력이 나타나지 않은 건지 어릴적 환상이었던 건지는 모를 일이다.
아버지께서는 중국 무협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용쟁호투, 정무문, 엽문을 시리즈로 몇 번이나 보고 이소룡, 이연걸에 이어 견자단까지 무협영화의 끝을 보여주는 그런 배우들을 좋아하셨고 그 옆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 영화는 햄, 컴보이, 강아지 와 같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가 들어가면서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현실과 맞닥뜨리는 일이 많아질수록 영화와 나는 말없이 서로를 보는 일도 많아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는 나에게 피터팬이 살고 있는 원더랜드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상상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TV속에서 나오는 것을 다시 내가 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지 난 보기만 했다.
하지만 영화가 나에게 말을 건넨 건 아주 사소한 누나의 말 한마디였다.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