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이인국 박사는 일제치하에서 고등중학과 의과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이다. 그의 병원 운영 원칙은 일제 치하에서는 철저히 일본인 중심이였으며 광복 후에는 권력층이나 부유층 중심으로 옮겨갔다. 일제 치하에서 그는 모범적인 황국 신민(皇國新民)으로 인정을 받을 정도로 일제에게 순응하였으며 그로 인해 일본어 상용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광복 후 극적으로 반전되어 그는 치안대에 연행되고 감방에서 수감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인국 박사는 그곳에서도 그의 뛰어난 처세술 을 발휘해 러시아 장교 스텐코프의 신임을 얻게 되고, 이 일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결국 감방에서 나오게 된다. 6.25 사변 때 38선을 넘어 월남한 그는 분단 이후에는 미국 대사 브라운 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딸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자신 또한 미국으로의 유학길로 오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희망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이며 소설의 막을 내린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 나라의 많은 지성인들 심지어 민족 해방 운동을 주도 하던 이들까지도 일제에게 타협했다. 이것은 당대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이라는 정신적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도 지성인들의 친일은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허물고 있으며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당대 지식인들의 인식과 고민, 그리고 그들의 친일 행위 밑에 깔린 일제 치하 현실에 대한 인식 등을 알아보고자 까삐딴 리 라는 작품을 택하였다.
2. 꺼삐딴 리 속에 드러난 일제의 조선 통치 정책
● 미국에 가 있는 딸 나미. 본래의 이름은 일본식의 나미코다. 해방 후 그것이 거슬린다기에 나미로 불렀고 새로 기류계에 올릴 때에는 코(子)를 완전히 떼어 버렸다.
● 왜정 시대 내선 일체(內鮮一體)의 혼인론이 떠돌던 이야기에 꼬리를 물었다. 그때는 그것을 비방하거나 굴욕처럼 느끼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해석했고 어찌 보면 우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