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의 견해에 따르면 도덕이라고 하는 것은 근대 철학의 보편적 믿음과 달리 이성 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흄의 견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성 에 대한 그의 정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흄은 그의 저서를 통해 이성 의 능력, 요컨대 이성 이 어디에 작용하는 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이에 따르면 이성 의 기능은 복합인상을 단순인상으로 분류하는 분별력이자 역으로 분해된 단순인상들을 사실과 무관하게 재조립하는 상상력이다. 여기서 명백한 사실은 분류하던, 재조립하던 그것은 기본적으로 구별 능력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흄에게 있어 이성 이란 구별의 능력인 것이다. 분별능력으로서의 이성이 지닌바 역할은 관념의 관계에 따라 그것을 분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성 에 대한 흄의 정의를 이성 으로 받아들인다면 어째서 흄이 도덕이 이성 에 기인하지 않음을 주장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흄은 이성적 능력에 입각해서 과연 도덕적인 것과 부덕한 것을 판별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 보았다. 그에 따르면 이성 은 분별의 능력이며 이것은 사실관계와의 일치, 불일치를 확인하는 것을 통해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이성 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게 되는 데, 이성은 사실관계와 무관한 일에 대해서는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없다. 이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도덕적인 것과 부덕한 것은 사실관계와 무관하다. 요컨대 살인사건을 보자. 여기서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부터 우리가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 외에는 어떤 사실도 발견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할 때, 우리는 이성 이 도덕적 구별의 원천이라는 근대의 보편적 사유를 회의할 수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