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 풀
-작가 생애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선린상고를 거쳐 일본의 도쿄상대에 입학하였다. 이후 학병 징집을 피해 만주로 이주했다가 광복과 함께 귀국하여 시 창작을 시작하였다. 1947년 예술부락에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후 김경린, 박인환과 함께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한국전쟁 때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에 징집되어 참전했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었다. 이후 통역 일과 잡지사, 신문사를 전전하며 시작과 번역에 전념하였다. 1959년 첫 단독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간행하여 제1회 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이후 번역과 작품 활동을 계속하다가 1968년 버스에 치어 사망하였다.
-시 전문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목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968.5.29- 『창작과 비평』
1. 핵심 정리
어조 : 감정을 절제한 목소리
운율 : 반복과 대구에 의한 리듬 형성
제재 : 풀
특징 : 대립구조()
주제 : 민중(民衆)의 끈질긴 생명력()
2. 풀 에 대해서...
1) ‘풀’의 이중성
이 시에서는 ‘풀’이라는 대상이 가진 ‘얽매임’과 ‘뿌리내림’이라는 이중성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얽매임’은 자유를 갈망하는 것이고 ‘뿌리내림’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인고이다. 이 이중성은 시에서 바람이 불면 눕고 날이 흐리면 우는 ‘얽매인 자의 운명적 비극’과, 그러나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는 ‘뿌리내린 자의 넉넉함, 낙관’의 두 가지 모순된 운동으로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