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의 '홀로서기'를 읽고
서정윤의 시집은 방학 초에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다. 그 전까지 윤동주, 김소월 등 학교에서 배우는 시의 유명하고 오래된 시인들만 알던 나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시집이다. 방학 내내 읽은 책이 몇 권 없지만, 이 시집은 대부분의 시들이 내 마음과 꼭 맞아서, 무척 즐겁고도 감명깊게 읽었다. 여기 실린 시들은 내용이나 표현이 어렵지 않아서, 쉽게 읽고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내가 꾸준히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서정윤의 시들은 대부분 '외로움'에 관한 얘기들이다. 사랑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결국 사랑에서 얻어진 외로움으로 끝을 맺는다. 지금 내 나이 때가 가장 감성이 예민할 때라고들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도 '외로움'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이 시들에 깊이 동감을 느끼는 것 같다.
네 줄밖에 안 되는 짧은 시인 '城'에 관해서는 내 친구와 한 번 얘기를 해 본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를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 알고 싶어서 이 시에서 '성'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 같냐고 물어 보았는데, 그 친구는 '자신감'이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도 고등학교에 와서 자신감이 많이 줄어들었나 보다.
내가 '城'을 읽고 느낀 바로는, 이 시에서의 '성'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그 친구는 너는 성선설을 믿는 모양이구나 했다. 사실 나는 성악설을 믿지만, 그건 냉정하게 머리 속에서 추상적으로 생각할 때나 그런 거고, 실제로 사람들을 대할 때에는 그 사람의 눈빛, 표정, 말투, 그런 것을 보며 그 사람을 믿고 만다.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언제까지나 굳게 변함없었으면 좋겠는데, 커갈수록 자꾸만 흔들린다. 이 시 마지막 행의 '끊임없이 무너지려 한다.'는 구절이 자꾸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유는 그것 때문인 듯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