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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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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아<영화문화 동참기>
Ⅰ. 작품소개 - 루시아(Sex and lucia)
<섹스 앤 루시아>라는 눈에 확 띄는 제목을 버리고 <루시아>라는 평범한 제목을 선택한 것은 나름의 파격이다. 에로영화가 아닌데도 '섹스'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사기성 제목 짓기'가 판을 치는 판국에 농밀한 에로티시즘을 담고 있는 영화가 선정적인 어휘를 스스로 포기하다니 정말 새로운 일이다. <루시아>는 에로티시즘과 죽음의 문제를 제법 복잡한 드라마 속에 녹여낸다.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루시아(파즈 베가)는 6년간 동거했던 소설가 로렌조(트리스탄 우요아)가 죽은 후 상실감에 시달리다 지중해의 한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루시아는 천혜의 자연 속에서 만난 민박집 주인 엘레나(나즈와 님리), 카를로스와 교류하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루시아의 휴가 여행과 별도로 6년의 시간 동안 루시아와 로렌조, 그리고 엘레나 사이의 비밀스런 과거가 한 꺼풀씩 벗겨진다.
<루시아>는 모든 인물들이 복잡한 관계의 사슬을 형성하는 미스터리 드라마지만 욕망과 죄의식이 교차하는 판타지에 가깝다. 작가인 로렌조가 쓰는 소설과 현실이 섞이고 과거와 현재, 환상과 꿈이 교차되면서 미로를 헤매듯 이야기가 흘러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인물들이 모이게 되는 지중해의 섬은 시공간적 좌표가 확실치 않은, '강렬한 햇빛과 눈이 멀어버릴 듯한 쪽빛 바다'가 있는 공간이다. 익명의 섬은 그제까지 인물들이 품었던 욕망과 죄악이 덮어질 수 있는 판타스틱한 파라다이스다. 공식 개봉작으로는 <루시아>을 통해 처음 소개되는 훌리오 메뎀은 알레한드로 아메바바르(<오픈 유어 아이즈> <디 아더스>)와 더불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뒤를 잇는 스폐인영화의 기대주다. 데뷔작 <암소>와 <붉은 다람쥐> 등에서 회화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의 세공술을 보여 줬던 메뎀의 비전은 <루시아>에서 완전히 만개했다. 어스름 보름달빛 아래서의 수중 정사, 바닷속 해초들의 너울거림, 포말 위에 어리는 그림자 등 화려한 풍경의 이미지들이 시종일관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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