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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일의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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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일의 아메리카’
미국의 맨얼굴을 보기 위해 머나먼 인도차이나 반도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도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곳에 가면 깨닫게 된다. 서울에서 정북방으로 20여㎞ 거리, 휴전선 이북의 원산을 향해 벋어 있는 경원선 국도와 철로가 나란히 지나가는 곳,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주한미군들과 몸 부대끼며 살아온 도시, 동두천이 그곳이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라는 책에서 함석헌은 우리 겨레를 학대받은 계집종'에 빗댄 바 있다. 그의 비유가 여유와 관조의 결과이기는커녕 냉정한 관찰의 산물임을 지나간 역사는 보여준다. 고려 때 원나라로 끌려간 공녀들에서부터 조선의 그 많은 논개들, 식민지 강점기의 일본군위안부들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여성들은 겨레의 굴종과 치욕을 온몸으로 감당해왔다. 게다가 그것은 이민족의 지배에서 해방된 뒤에도 끝나지 않았으니, 오늘날 양공주 또는 양색시로 불리는 이들이 그를 증거한다. 해방과 함께 이 땅에 들어왔으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진주를 확고히한 미군들은 이른바 기지촌을 형성시켰고 그것의 첫번째 필요조건은 몸 파는 여자들이었다.
팔려고 내놓은 한국 여자들의 몸뚱어리와 그것을 사고자 하는 미군 병사들의 욕정,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클럽으로 이루어지는 기지촌은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여러 시인․작가들이 그 세계에 눈을 주었음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시인 장영수․김명인씨가 각기 시집 <메이비>와 <동두천>에서 혼혈아와 기지촌 풍경을 다루었고, 소설가 천승세씨의 황구의 비명'과 윤정모씨의 <고삐> 연작은 양공주 문제를 프리즘 삼아 한미관계의 예속적 본질을 까발렸다. 최근작으로는 복거일씨의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과 윤이나씨의 <베이비>가 기지촌과 양공주의 삶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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