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투항으로써 나라를 지켜낸 인조의 치욕을 긍정한다. 나는 투항하는 임금의 뒤를 따라 눈 쌓인 산길을 걸어 내려갔던 시녀들의 통곡을 긍정한다. 삶이 불가능할 때, 영광보다도 치욕을 내포하는 삶이 더 소중하다고 가르쳐준다. 치욕은 삶의 일부라고 가르쳐준다. 삶이든, 역사든, 오로지 온전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남한산성은 가르쳐준다.“
이처럼 지난 역사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과거를 살피는 사람들의 미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명길의 얼굴에 흐린 웃음기가 번졌다.
그럼 내 머리를 들고 출성을 하면 어떻겠소?
말씀이 너무 거칠구려. 지금 싸우자고 준열한 언동을 일삼는 자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