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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문 - 제주 4.3이해] 영화 ‘지슬’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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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문 - 제주 4.3이해] 영화 ‘지슬’감상문
이 영화의 오프닝이 시작하자마자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흑백의 색감과 풍부한 질감 속에서 표현된 굳게 닫힌 장지문이다. 이윽고 장지문이 열리며 카메라는 미끄러지듯이 집 안으로 들어가 먼지가 켜켜이 쌓인 마룻바닥에 나뒹구는 제기들과 무기질적인 인형처럼 가구 위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는 시체가 공존하는 다소 비현실적인 정경을 잡는다. 최근까지 나온 한국영화 중에서 화사로움을 전부 털어낸 이 흑백영화는 영화 [지슬]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지슬]에는 탈락되어 있는 다양한 색채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들은 총천연색으로 표현되는 더욱 현실감이 드는 세계를 결국 무의식적으로 찾아나서게 된다. 흑백으로 구성된 [지슬]은 자신 바깥으로 실제 같은 현실계를 구축함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비현실적인 세계로 밀어 넣고 그 곳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지슬]을 흑백으로 옮긴 기법은 영화의 신비로움과 비현실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하게 치솟을 수 있는 감정을 조율한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현실의 색들을 부여받았을 때 가상과 현실과의 거리는 수축되고 그 사건들은 영화에서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더욱 돌출되기 쉽다. 그리하여 색깔을 부여받았더라면 영화에서 발생하는 매 사건마다 강조되는 비극성으로 인해 찰나의 슬픔과 분노로 휘발되었을 감정들은 흑백의 필터를 통해 영화 안으로 수렴되어 마지막까지 시종일관되게 정서의 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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