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읽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또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은 백지였고, 마음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참아왔던 눈가는 따뜻했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눈을 제외한 나의 모든 것들은 이미 젖어있었다. 책을 덮고 가장 먼저 생각한건 아버지였다. 지금까지 나에게 어리광스런 아빠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아버지. 지금 그 이상의 생각이란 나에게 없었다.
책을 빼들었을 때만해도 워낙 유명한 책이었고 내용을 대충 알고 있었던 터라 그리 큰 감동이나 슬픔이 이렇게 차례로 밀려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강하다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울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고, 솔직히 남의 일 같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프다. 모든 것이 아프다. 그리고 살아있는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그저 소중하고 안도의 한숨마저 내 숨결을 고를 뿐이었다.
모든 것이 평범한 공무원의 가정이라는 환경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정말 평범하다 아내와 두 자녀 그리고 아파트에 사는 것까지도 특별한 건 없었다. 책의 소재가 되기에는 왠지 밋밋했다. 아니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빠르게 속독을 하던 내 눈은 어느새 주인공이 들이키는 술잔을 타고 취해가고 있었다. 암 이란 죽음선고가 평범하던 모든 상황을 그리고 책 속에 있던 평범한 글자들까지도 특별하게 만들어 버렸다. 마치 내가 암에 걸린듯한 절박함, 갑작스레 떠오르는 아버지의 얼굴, 그리고 벌써부터 약해지려는 마음. 겨우 몇 페이지 읽었을 뿐인데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내용을 난 눈으로 볼 수 없었다. 이미 눈은 가려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뜨겁게 그리고 아프게 새겨나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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